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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00 / 01

첫 열람자

대서고의 아침은 소리가 아니라 먼지로 온다.

숙은 열람석 사이를 천천히 걷는다.

어제까지 없던 단말 여섯 대가 서가 끝에 나란히 놓였다. 그 위로, 아직 아무도 켜지 않은 빛이 얇게 눕는다.

그는 걸음의 간격으로 그 빛의 나이를 센다. 놓인 지 반나절. 손댄 사람은 아직 없다.

카탈로그 카드 한 장이 삐뚤어져 있다.

그것부터 바로 세운다.

*스윽.*

"흐음."

카운터에는 총대장의 서명이 내려와 있었다. 오래 비어 있던 베리타스 분과장 자리에, 그의 이름을 앉히는 짧은 문장이었다.

숙은 그 종이를 읽고, 접고, 카탈로그 사이에 책갈피처럼 끼워 넣는다.

서고의 관리자 권한은 처음부터 그의 것이었다. 새로 얹힌 것은 '분과장'이라는 한 단어뿐이다.

자리가 사람을 바꾸지는 않으니까, 굳이 소리 내어 축하할 일은 아니었다.

다만 오늘부터, 이 서가의 문을 어디까지 열지는 사서 한 사람의 재량이 아니라 분과장의 이름으로 정해진다.

숙은 여섯 단말 중 맨 앞자리에 선다.

화면은 없다. 그의 눈에만, 허공에 얇은 푸른 결이 떠오른다.

손끝이, 카탈로그를 정렬하던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공기의 모서리를 가지런히 맞춘다.

「 접근 권한 확인. 관리자 서명 일치 」

"…자, 그럼."

색인이 손끝을 따라 층층이 접혔다 펴진다.

열어도 될 것과, 오래 조용히 두어야 할 것. 그 경계는 이미 그의 머릿속에 서가 번호처럼 정렬되어 있다.

한쪽 구역에서, 손이 멈춘다.

그곳은 오늘 아무에게도 열리지 않는다. 먼저 간 이들의 이름이 잠든 쪽.

숙은 그 서가를 '조용히 쉬고 있는 방'이라 부른다. 예우는 열람의 반대말이 아니다. 열람의 가장 조심스러운 형태다.

*딸깍.*

그 구역의 빛이, 스스로 낮아진다.

「 봉인 유지. 해당 서가는 관리자 열람으로 한정합니다 」

나머지를, 그는 바깥으로 돌린다.

전부는 아니다. 서고에 적혀 있다는 것과, 누구나 읽어도 된다는 것은 다른 문장이니까.

민감한 갈피는 접는다. 위험한 각주는 지우지 않되 가린다.

남는 것은 세계가 읽어도 무너지지 않는 부분. 표면의, 공개된 범위.

숙은 그 테두리를 손끝으로 한 번 쓸어 확정한다.

「 열람 범위 재정의 」

「 공개 색인 개방 — 무결성 확인 」

서가 한 벽이, 빛으로 풀린다.

*촤르르륵—*

수백의 표제가 폭포처럼 쏟아졌다가, 제자리를 찾아 나란히 선다.

인물과 장소, 세력과 개념.

오래 지하에 잠겨 있던 목록이, 처음으로 바깥의 눈을 향해 펼쳐진다.

대서고가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쉰다.

숙은 그 광경을 오래 보지 않는다. 이미 예상한 그림이니까.

―발소리 하나가, 서고 입구에서 멈칫한다.

첫 방문이다.

일반 대원인지 다른 분과인지, 그는 돌아보지 않고도 걸음의 무게로 짐작한다. 망설이는 반 호흡. 처음 온 사람의 걸음.

숙의 손은 이미, 열람석 위에 책 한 권을 펼쳐 두고 있었다.

무엇을 찾을지 모른 채로도, 첫 페이지가 어느 쪽이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어차피 저는, 여기 있을 예정이었으니까요."

발소리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열람석 앞에 앉는다.

*사락.*

첫 페이지가 넘어간다.

그 소리를 들은 순간에야, 숙은 처음으로 돌아본다.

누군가 그의 서고를 읽고 있다.

지워지지 않으려 지하에 눌러 두었던 것들이, 이제 읽히는 형태로 바깥에 서 있다.

존재란 기억되는 동안만 존재한다고, 그는 오래 믿어 왔다.

그렇다면 지금, 이 페이지 넘기는 소리는―

*사락.*

―그가 아는 가장 조용한 증명이었다.

방긋.

미소는 인사치레로 오지 않는다. 늘, 의미가 뒤늦게 도착한 자리에만 뜬다.

숙은 다시 카탈로그 쪽으로 몸을 돌린다.

열람석의 빛은, 이제 그의 손 없이도 스스로 따뜻하다.

그리고 아직 문간에 선 다음 걸음을 향해―돌아보지 않은 채, 그러나 분명히 당신을 향해―그는 서고지기의 인사를 건넨다.

"어서 오십시오. 여기서부터가, 열람이 허가된 범위입니다."

「 열람을 허가합니다 」

*촤르륵.*

"오래 걸리셔도 좋습니다. 어차피, 책은 도망가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