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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01 / 01

이건 홍보실 대외비입니다만

새벽 다섯 시.

지휘탑에는 나밖에 없어야 했다.

창밖은 아직 어둡고, 본부는 조용했다. 이 시각의 공기는 차고, 가볍다.

사람이 없는 새벽에는 문 여는 소리도, 종이 넘기는 소리도 멀리 간다. 나는 그 낮은 소리 속에서 일하는 걸 좋아한다.

좋아한다고까지 말하기는 어색하지만.

책상 위에는 어젯밤에 올라온 결재가 쌓여 있었다. 절반은 내 것이 아니었다.

야간 당직 교대 명단, 식자재 청구서, 그리고 누군가 작성하다 만 휴가 신청서 한 장.

신청서의 사유 칸은 비어 있었고, 글씨는 급하게 흘려 썼다.

돈친삼 대원의 것이었다.

***'또인가.'***

사유 칸에 한 줄을 채워 넣었다. 작전 후 회복. 이 정도면 통과될 것이다. 도장을 찍고, 다음 장으로 넘겼다.

*사각.*

펜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내 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들었다.

집무실 문은 닫혀 있었다. 닫혀 있었는데, 문 안쪽에 사람이 하나 서 있었다.

하얀 제복 코트에, 묶지 않고 풀어 내린 다크브라운 긴 머리. 작은 엘프 귀가 머리카락 사이로 보였다.

한 손에는 작은 수첩, 다른 손에는 펜.

펜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총대장님."

츄니티 대원이었다. 베리타스 소속, 저격수. 그리고 본인 말로는 홍보실장이다.

"이건 홍보실 대외비인데요."

수첩이 한 장 넘어갔다.

"오늘 하루, 총대장님 밀착 취재 들어가겠습니다."

펜 끝이 수첩 맨 윗칸에서 멈췄다.

"오늘의 문장은 이겁니다."

츄니티 대원은 수첩을 내 쪽으로 돌리지 않고, 적어 둔 말을 소리 내어 읽었다.

"총대장은 ______."

펜 끝이 빈칸 아래에서 짧게 멈췄다.

"하루가 끝날 때 채울 거예요."

나는 잠시 그 펜을 보았다.

"언제 들어왔습니까."

"새벽 네 시 오십이분이요."

펜이 멈추지 않았다.

츄니티의 대외비 수첩

"총대장님은 다섯 시 정각에 첫 도장을 찍으셨고요. 정확하시네요. 이것도 적어 둬야겠어요."

"문은 잠겨 있었을 텐데요."

"잠겨 있었죠."

고개를 끄덕였다.

"총대장님이 네 시 오십삼분에 잠그셨으니까요. 저는 그 전에 들어왔고요."

따지고 들면 이상한 말이었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시간이 없었다.

"취재는 거절합니다."

"…라고 말씀하셨다고 수첩에 적을게요."

펜이 다시 사각거렸다.

***'그건 거절이 아니라 인용이다.'***

거절은 했다. 분명히 했다.

다만 홍보실 취재 활동은 이미 허가된 업무였다. 문제는 그 허가서 마지막 칸에 내 도장이 찍혀 있었다는 점이다.

거절은 기록되지 않았다. 빈칸도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결재 더미를 옆으로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달칵.*

문고리를 돌려 보았다. 문은 여전히 잠겨 있었다. 츄니티 대원은 잠긴 문 안쪽에서 수첩을 들고 있었다.

지휘탑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펜 소리는 한 걸음 뒤에서 따라왔다.

식당은 본부 남쪽에 있다. 분과마다 긴 탁자가 하나씩, 다섯 줄.

아침 이 시각이면 사람이 드문드문 앉아 있다. 창이 동쪽으로 나 있어서, 이맘때면 햇빛이 탁자 위로 길게 들어온다.

나는 이 햇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말하기 복잡하다.

배식구 앞에서 식판을 받자, 뒤에서 펜촉이 한 번 더 움직였다.

*달그락.*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았을 때, 맞은편에는 이미 수첩이 펼쳐져 있었다. 츄니티 대원은 식판보다 수첩을 먼저 내려놓은 모양이었다.

"총대장님 아침 메뉴."

츄니티 대원이 내 식판을 들여다봤다.

"오일 파스타네요. 직접 만드셨어요?"

"식당에 양해를 구했습니다."

"새벽 다섯 시 반에요?"

"…그렇습니다."

펜이 사각거렸다. 나는 그 소리에서 도망치듯 면을 감았다.

오일 파스타는 만드는 과정이 단순하다. 마늘, 기름, 면.

변수가 적고, 손댄 만큼만 나온다. 나는 그런 음식을 좋아한다.

그 사실까지 적히지 않기를 바랐지만, 펜은 이미 적고 있는 것 같았다.

식탁 위의 수첩과 파스타

그때 돈친삼 대원이 식당에 들어왔다.

"안냐루!"

돈친삼 대원이 한 손을 들고 우리 쪽으로 왔다.

다른 분과 자리로 가야 할 텐데, 발이 먼저 이쪽으로 와 있었다. 늘 그렇다. 몸이 생각보다 빠르다.

"총대장님, 좋은 아침! 나 어제 단련실 정리 다 했어!"

햇빛이 돈친삼 대원의 검은 머리와 얼굴 위로 떨어졌다. 초록 눈이 나와 마주쳤다.

피하고 싶었던 셋이 한자리에 놓였다. 햇빛, 마주친 눈, 방금 입 밖으로 나온 말.

그 순간, 얼굴 위의 햇빛이 아주 조금 비틀렸다. 잘못 그은 선처럼, 웃음과 말 사이가 한 번 어긋났다.

거짓은 그렇게 보인다. 종이 위에 늦게 번진 잉크처럼.

단련실은 정리되지 않았다.

나는 그 어긋남을 보았다. 보고 싶지 않았지만, 햇빛이 드는 곳에서 눈을 마주치면, 나는 이런 것을 본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람이다.

돈친삼 대원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거짓말을 하는 얼굴이 아니라, 칭찬받고 싶은 얼굴이었다.

햇빛 아래의 돈친삼

***'정리는 안 됐다.'***

***'다만 정리할 생각은 있었겠지.'***

나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지금 고칠 건 돈친삼 대원의 웃음이 아니라 단련실이었다.

"좋습니다. 점심 전까지 마저 해 두십시오."

내가 덧붙이자, 돈친삼 대원의 어깨가 한 뼘 올라갔다가 그대로 고개까지 끄덕였다.

"응! 점심 전까지!"

만족스럽게 자기 분과 자리로 뛰어갔다.

옆에서 펜이 멈췄다.

"방금."

츄니티 대원이 나를 보고 있었다.

"총대장님, 방금 돈친삼 대원이 거짓말한 거 아셨죠."

"…무슨 말입니까."

"단련실이요. 어제 제가 지나갔는데, 도끼 자루가 바닥에 세 개 굴러다니고 있었어요."

펜 끝으로 수첩을 톡톡 쳤다.

"그런데 총대장님은 좋습니다, 하고 점심 전까지 마저 하라고 하셨고요."

"정리할 생각이 있었을 겁니다."

"어떻게 아세요?"

나는 면을 감던 손을 멈췄다.

포크 끝에 말린 면이 풀렸다.

*툭.*

면 한 가닥이 접시 위로 떨어졌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정확히는, 수첩에 남겨도 되는 말이 없었다.

설명하려면 내 눈이 무엇을 골라내는지부터 말해야 했다. 그런 이야기는 남기지 않는 쪽이 낫다.

"…파스타가 식습니다."

"…라고 회피하셨다고 적을게요."

*사각.*

마늘 향이 식어 가고 있었다.

하세운 분과장은 식당을 나서는 길목에서 마주쳤다.

"오, 총대장님!"

은빛 머리 아래 푸른 눈이 먼저 휘었다. 하세운 분과장이 활짝 웃었다. 레퀴엠을 맡고 있는 사람치고 늘 너무 밝다.

전장에서는 다르다는 걸 알지만, 본부의 하세운 분과장은 햇살 같은 데가 있다.

"오늘 컨디션 쏘 굿이신가요?"

"평소와 같습니다."

"근데 뒤에 따라오시는 분은…?"

"홍보실입니다."

츄니티 대원이 먼저 답했다.

"총대장님 24시간 밀착 취재 중이에요. 하세운 분과장님, 잠깐만요. 지난주 합동 훈련에서 분과장님 몇 번 웃으셨는지 아세요?"

"어…? 글쎄요?"

"세 번이요. 세 번."

하세운 분과장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

"그게… 기록이 되나요?"

"전부 기록돼요."

수첩을 살짝 들어 보였다. 펼치지는 않았다. 한 번도 펼쳐서 남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헤븐워커에서 웃음은 희귀 자원이거든요. 특히 어떤 분들은요."

그 말끝에서, 시선이 잠깐 나를 향했다.

나는 못 본 척했다.

하세운 분과장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마 네 번째였을 것이다. 그대로 자리를 떴다.

네 번째 웃음

식당 출입문이 닫히고, 남쪽 복도의 소음이 한 겹 낮아졌다. 정원으로 이어지는 유리문은 그 복도 끝에 있다.

정원은 본부에서 가장 조용한 곳이다.

문을 열자 물소리가 먼저 들렸다.

*찰랑.*

중앙에 작은 샘이 있고, 빛을 머금은 풀들이 낮게 자란다. 리엘아르 대원이 돌본다. 나는 하루에 한 번, 짧게 이곳을 지난다.

지나는 것이지, 머무는 것은 아니다.

"총대장님."

검은 머리 위에 물방울이 몇 개 묻은 리엘아르 대원이 물뿌리개를 내려놓고 인사했다.

리엘아르 대원은 말이 적다. 적은 만큼, 필요한 자리에 정확히 둔다.

"오늘은 조금 더 계셔도 되지 않을까요."

"순찰 중입니다."

"…정원을요?"

나는 걸음을 멈췄다.

생각해 보니, 나는 정원의 동선을 점검하고 있었다.

정원에서 멈춘 순찰

샘에서 출입구까지 몇 걸음, 사각이 생기는 자리는 어디, 일이 생기면 어느 쪽으로 사람을 빼야 하는지.

풀냄새 사이에서, 머릿속은 평소처럼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습관입니다."

"총대장님은 쉬실 때도 일을 하시는군요."

츄니티 대원이 받아 적었다.

"이건 헤드라인 감인데요. '총대장은 정원에서도 퇴근하지 않는다.'"

리엘아르 대원이 작게 웃었다.

"총대장님, 차 한 잔만 두고 갈게요. 캐모마일이에요."

"…괜찮습니다."

"두 손으로 잡으면 따뜻해요."

찻잔을 내밀었다.

"그냥, 잠깐요."

*달그락.*

나는 찻잔을 받았다.

손바닥 안쪽이 찻잔 모양대로 따뜻해졌다. 마늘 향도, 새벽 공기도 아닌 온기라서, 나는 손가락을 어디에 둬야 할지 잠시 알 수 없었다.

쉬는 법은 배운 적이 없다.

뛰는 법은 안다. 판단하는 법도, 책임지는 법도 안다.

가장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는 법도.

하지만 잠깐 멈춰서 따뜻한 잔을 두 손으로 감싸는 일은, 어느 교본에도 없었다.

***'한 모금 정도는.'***

차는 따뜻하고, 조금 달았다.

펜은, 그 순간만큼은 멈춰 있었다.

츄니티 대원이 수첩 모서리를 펜 끝으로 한 번 눌렀다.

"첫 후보는 틀린 것 같네요."

"어떤 후보입니까."

"아직 편집 중이에요."

찻잔을 받침 위에 돌려놓았다.

*톡.*

작은 소리 뒤로, 펜이 다시 움직일 기척이 났다.

나는 정원 문을 나와 동쪽 복도로 걸었다.

기록 확인이라는 핑계를 꺼낸 건 그때였다.

서고라면 하루 종일 붙은 펜 소리도 조금은 느려질 줄 알았다.

대서고는 동쪽 끝에 있다. 천장이 높고, 빛이 위에서 부드럽게 떨어진다.

푸른빛이 감도는 흰 머리의 숙 사서가 선반 밖으로 조금씩 나온 책들을 안쪽으로 가지런히 밀어 넣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서는 걸 보지 않았다. 보지 않고도, 카운터 왼쪽에 수첩 하나쯤 놓을 자리는 비워 두고 있었다.

"오늘은 홍보실 책상이 아니라 제 카운터를 쓰실 생각이십니까, 츄니티 대원."

"총대장님 동선 안이라서요."

츄니티 대원이 수첩을 그 빈자리에 올려놓았다.

"숙 사서님도 자주 말씀하시잖아요."

츄니티 대원이 수첩 모서리를 펜 끝으로 톡톡 건드렸다.

"어차피 동선 안이니까요."

"흐음. 제 문장을 그런 용도로 수집하신 줄은 몰랐군요."

대서고 카운터의 빈자리

숙 사서가 책 한 권을 제자리로 밀어 넣었다.

"총대장님께서 이 시간에 서고로 오시는 이유는 보통 둘 중 하나입니다."

*툭.*

책 두 권이 카운터에 올라왔다.

"왼쪽은 결재 순서 확인용입니다. 오른쪽은 홍보실장님의 펜을 잠깐 쉬게 할 책입니다."

"저를요?"

"총대장님께 여쭙겠습니다."

숙 사서가 나를 보지 않고 물었다.

"어느 쪽입니까."

"…기록 확인입니다."

숙 사서가 왼쪽 책을 펼쳤다. 첫 장에는 헤븐워커 인번 색인이 낮은 숫자부터 정리되어 있었다. 맨 위, 01 옆에 내 이름이 있었다.

"좋습니다."

숙 사서가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그쪽으로 안내드리지요."

뒤에서 츄니티 대원이 따라붙었다. 펜이 빨라지고 있었다.

첫 장의 01이라는 숫자를 본 뒤로, 펜 끝은 기록표보다 내 옆얼굴에 더 오래 머물렀다.

"총대장님, 하나만 여쭤도 될까요."

펜이 잠깐 멈췄다.

"총대장님은 헤븐워커 인번 1번이시잖아요. 가장 먼저 들어오신 분. 그럼 그 전에는요? 총대장님은 그 전에 어디 계셨어요?"

*스륵.*

선반 위에서 움직이던 숙 사서의 손이 느려졌다.

나는 멈춰 섰다.

이 질문에는 정해진 답이 있다. 오래전부터, 같은 답으로만 닫아 온 질문.

"기록상으로는 명확히 남아 있지 않습니다."

"기록이요?"

한 걸음 다가왔다.

"총대장님, 기록은 누가 관리하는데요. 베리타스잖아요. 베리타스 기록이면 보통 다—"

"츄니티 대원."

선반을 따라가던 손이, 멎었다.

책 한 권 앞에서였다. 나는 그 버릇을 안다. 숙 사서는 말보다 먼저 손을 멈추는 사람이다.

"같은 베리타스라면, 그 선이 어디인지 제일 잘 알지요."

숙 사서가 입을 열었다.

"이쪽 서가는 열람이 제한된 구역과 가깝습니다. 홍보실 일정이라도, 길을 조금 돌아 주셔야겠습니다."

숙 사서의 손끝이 그 책을 아주 느리게 선반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돌아가셔도 결국 같은 복도로 이어지긴 합니다. 어차피 동선 안이니까요. 급하실 것 없지요."

부드러운 말이었다. 꾸짖음이라기보다, 같은 분과끼리 굳이 풀어 말하지 않는 표시였다. 여기부터는 기록하지 말 것.

츄니티 대원은 잠시 숙 사서를 보았다. 그 뜻을 알아들은 사람처럼, 카운터 쪽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펜을 내리고, 수첩도 카운터 위에 내려놓았다. 방금 질문을 적던 줄은 펼쳐진 채였다.

"…흥미롭네요."

"흥미로우실 겁니다."

숙 사서가 다시 선반의 책들을 가지런히 맞추기 시작했다.

"서고란 원래, 무엇이 없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니까요."

그 순간, 위쪽 창에서 빛이 들었다.

카운터 모서리에는 츄니티 대원이 내려놓은 수첩이 펼쳐져 있었다. 방금 멈춘 줄 옆으로 햇빛이 비스듬히 걸렸다.

*사락.*

거기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도즈, 라고. 그 아래로 몇 줄.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글자는 글자다. 이건 내 눈이 가려내는 진실이 아니었다. 그냥 종이에 적힌 글이었다.

햇빛은 충분했고, 거리도 가까웠다.

츄니티 대원이 나를 어떻게 적었는지, 무엇을 알아냈고 무엇을 의심하는지, 한 번 보면 전부 알 수 있었다.

나는 보지 않았다.

시선을 돌렸다. 책장으로. 제목이 없는 책들이 나란히 꽂힌 칸으로.

***'보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한 번 본 것은 나중에 모른 척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것은, 처음부터 보지 않는다.

눈길이 제목 없는 책 한 권 앞에서 멈췄다.

숙 사서가 수첩 위로 책 한 권을 슬쩍 덮어 두었다. 햇빛을 가리듯이.

숙 사서는 나를 보지 않았고, 나도 그쪽을 보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서고를 나올 때까지, 츄니티 대원의 수첩은 책 밑에 있었다. 츄니티 대원은 억지로 꺼내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단련실의 불이 하나둘 꺼졌다. 나는 사람들 발소리가 잦아든 뒤, 지하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을 택했다.

*철컥.*

사격장 문이 열리자 차가운 쇠 냄새가 먼저 올라왔다.

사격장은 단련실 아래, 가장 깊은 곳에 있다.

저녁이 되면 사람이 빠진다. 나는 이 시각에 이곳에 온다.

표적을 세우고, 한 발씩 쏜다.

화약 냄새가 가라앉고, 탄피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만 남는다.

*탱그랑.*

이것이 내 쉬는 방법이다. 누구에게도 말한 적은 없다.

권총에는 평범한 탄만 넣었다. 하얀 섬광을 실을 이유는 없었다. 기억을 지울 대상도, 판결할 사람도 없었다.

"여기 계셨네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았다. 하루 종일 들은 사각거림이 따라 들어왔다.

"총대장님 일과 마지막 코스."

츄니티 대원이 벽에 기대섰다.

"사격 연습. 이게 휴식이시라고요. 저는 이걸 한 줄로 어떻게 적어야 할지 아직 모르겠어요."

"적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기엔 너무 좋은 기삿거리라서요."

나는 다시 표적을 향해 섰다. 권총을 들고, 숨을 고르고, 방아쇠를 당긴다.

*탕.*

탄피가 떨어진다. 표적의 중앙에 점 하나가 늘어난다.

사격장 마지막 코스

"총대장님."

츄니티 대원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펜 소리가 멈춰 있었다.

"제가 오늘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뭘 알아냈는지 아세요?"

"…말씀하시지요."

"총대장님이 하루에 맡는 일의 절반은, 총대장님 일이 아니에요."

츄니티 대원이 손가락을 하나씩 꼽았다.

"돈친삼 대원 휴가 신청서부터요. 당직 명단, 단련실을 점심 전까지 마저 정리하라고 돌려보내신 것까지요."

두 번째 손가락이 접혔다.

"식당에 양해 구한 일, 정원 순찰까지."

세 번째 손가락이 접혔다.

"다른 사람 몫이거나, 아무도 부탁하지 않은 일이고요."

*탕.*

"아무도 그 일을 모른다는 게, 제일 헤드라인 감이에요."

나는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뗐다.

"그건 기삿거리가 아닙니다."

"왜요?"

"…당연한 일이니까요."

총성 뒤의 울림이 사라지고, 사격장은 깊게 조용해졌다. 화약 냄새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츄니티 대원이 벽에서 등을 뗐다. 그리고 수첩을 펼쳤다. 하루 종일, 한 번도 남에게 펼쳐 보이지 않던 수첩을.

거기, 마지막 줄에 한 칸이 비어 있었다.

총대장은 ______.

"하루 종일 이 칸을 못 채웠어요. 처음엔 '총대장은 절대 안 웃는다'로 닫으려고 했거든요. 그게 이번 호 헤드라인이었어요. 그런데요."

츄니티 대원이 나를 보았다.

"정원에서, 차 받으셨을 때요. 한 모금 드시고 나서, 총대장님 입꼬리가 아주 잠깐… 아니에요. 그건 제가 잘못 본 걸 수도 있고."

나는 표적을 보고 있었다.

웃음이 목 안쪽까지 올라왔다.

수첩 위 빈칸 하나가 눈에 남았다. 하루 종일 따라붙던 사각거림이 거기서 멈춘 것 같아서, 조금 우스웠다.

"좋습니다."

그렇게 닫으려다, 나는 그 말을 삼켰다.

그 말로 닫기엔, 이 순간이 조금 아까웠다.

대신 나는 권총을 내리고, 표적 쪽으로 걸어갔다. 탄피 하나를 주워 손바닥에 올렸다.

따뜻했다. 정원의 찻잔처럼은 아니지만, 조금.

뒤에서, 수첩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탁.*

펼쳐 보였던 수첩을, 츄니티 대원은 다시 덮었다. 빈칸은 비어 있는 채로.

아침에 소리 내어 읽었던 문장과 같은 모양이었다.

"왜 닫습니까."

내가 물었다.

"특종 아니었습니까."

"…이건 홍보실 대외비라서요."

등을 돌렸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톤 낮았다.

"어떤 건 적는 순간, 기록이 아니라 해석이 되니까요."

***'저쪽도, 보지 않기로 한 거겠지.'***

나는 그 뒷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 칸을 끝내 채우지 않은 이유를, 묻지 않기로 했다.

서로의 비밀에서 눈을 돌린 채로, 우리는 한참 말이 없었다.

오늘 하루 나눈 대화 중 가장 긴 침묵이었다.

사격장의 불을 끄고 나오는 길, 복도는 어두웠다.

햇빛이 없는 곳에서 내 눈은 아무것도 가려내지 못한다. 거짓도, 진실도.

그게 가끔은, 나쁘지 않았다.

내일 새벽에도 결재는 쌓여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사유 칸은 또 비어 있을 것이고, 나는 또 빈칸을 채워 넣을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다만 오늘은, 한 사람만큼은 알고 있었다.

알고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