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1 / 03
사라진 간식과 세 마리 나비
# 01. 사라진 간식과 세 마리 나비
종소리가 성역의 아침을 열었다.
나는 그 울림을 여섯 번째까지 세고 나서야 눈을 떴다. 세어 두는 버릇은 오래됐다. 세어 두지 않으면 방금 들은 것마저 어딘가로 새어 나가 버리니까.
머리맡에는 수첩이 있었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쥐고, 깨어나 가장 먼저 펼치는 것.
표지는 하도 손을 타 모서리가 둥글게 닳았다. 펼치면 지난 밤들의 잉크 냄새가 옅게 배어 오르고, 펜을 꾹 눌러 쓴 자국이 종이마다 도드라져 손끝에 만져졌다.
어젯밤 적어 둔 마지막 줄은 이랬다.
*— 창가 세 번째 화분, 잎이 하나 더 남. 노아 씨, 사흘째 대서고 불이 늦게까지 켜져 있음.*
나에 관한 문장은, 오늘도 한 줄도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잎이 몇 개인지, 누구의 불이 언제까지 켜져 있는지 — 그런 것을 적어 두는 편이, 나에게는 훨씬 쉬웠다.
분석연구실의 아침은 늘 서늘한 종이 냄새로 시작되었다.
책상 위에는 어제 저녁 식당에서 얻어 둔 작은 양철 상자가 놓여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 뚜껑에는 별 모양이 눌러 찍혀 있다. 안에는 정원 허브를 넣어 구운 자그마한 쿠키가 담겨, 흔들면 *사그락* 소리가 났다.
노아 씨 몫이었다. 사흘 연속 밤을 새운 사람에게 위로의 말은 좀처럼 자리를 찾지 못한다. 말보다는, 손에 쥘 수 있는 편이 낫다.
나는 손끝을 가볍게 모았다. 살갗 안쪽이 옅게 달아올랐다. 지팡이 없이도 이 정도의 짧은 일이라면 된다.
「 편린의 유광 」
손끝에서 은은한 유백색 빛이 응축되더니, 옅은 하늘빛이 감도는 나비 한 마리로 풀려났다. 나비는 날개를 한 번 접었다 펴고는, 밤새 흐트러진 자료 더미 위로 천천히 내려앉아 종이들을 가지런히 밀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는 늘 나비에게 맡긴다. 나는 그동안 상자를 챙겨 대서고로 건너갈 참이었다.
그런데.
상자가 없었다.
*······.*
잠시 그 자리를 들여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분명히 여기 있었다. 별 모양 뚜껑. 서늘한 양철의 감촉. *사그락* 소리.
세어 둔 기억이 틀릴 리 없었다. 나는 세어 두는 사람이니까.
그렇다면 상자는 스스로 걸어 나가지 않는다. 상자를 옮긴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머릿속에서 조용히, 익숙한 스위치가 하나 올라갔다.
「 성운서고 」
눈앞의 허공에 빛의 점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각각의 점은 하나의 사실이다. *간식 상자를 둔 시각.* *창문이 열려 있던 정도.* *바닥의 먼지 결.* 나는 점과 점 사이를 눈으로 더듬으며, 연관이 있어 보이는 것들을 빛의 선으로 하나씩 이어 나갔다.
점은 저절로 이어지지 않는다. 잇는 것은 언제나 내 몫이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좋아한다. 사라진 것의 자리에, 남은 흔적으로 길을 놓는 일.
나비를 세 마리로 늘렸다. 하나는 책상 아래, 하나는 창가, 하나는 문틈.
세 마리의 눈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자 머릿속이 순식간에 빽빽해졌다. 나비를 여럿 풀면 좋은 점이 있고, 나쁜 점이 있다. 좋은 점은 많이 본다는 것. 나쁜 점도, 많이 본다는 것.
책상 밑을 살피던 나비와 창가를 살피던 나비가, 같은 모퉁이에서 딱 마주쳤다.
*팟.*
*파스스—*
두 마리가 부딪혀 그대로 빛의 가루로 흩어졌다.
"…아."
나는 남은 한 마리라도 다치지 않게, 문틈의 나비를 서둘러 손끝으로 거둬들였다.
"…역시, 세 마리는 아직 무리네요."
혼잣말은 아무도 듣지 않았다. 아니, 들은 것이 하나 있었다.
"…뭔가, 재밌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문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츄니티 씨였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벌써 수첩을 펼쳐 든 채였다.
"이건 홍보실 대외비인데 — 베리타스 고위 연구관이 아침부터 나비를 세 마리나 풀었다. 그중 두 마리는 서로 부딪혀 사라졌다. 그거, 헤드라인 감이네요."
"…그건 대외비가 아니라 그냥 목격담인 것 같은데요."
"목격담이 제일 좋은 대외비예요."
츄니티 씨는 펜을 놀리며 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발치에는 회청색 고양이 한 마리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있었다. 먼지다. 홍보실 구석에 늘 단정히 앉아 있는, 대서고의 가장 오랜 식구.
"상자 하나가 사라졌어요. 별 모양 뚜껑이 달린, 작은 양철 상자요."
내가 말하자, 츄니티 씨의 눈이 반짝 빛났다.
"실종 사건. …라고 수첩에 적을게요."
먼지가 *야옹*, 하고 짧게 울고는 서가 쪽으로 총총 사라졌다.
대서고로 건너가는 복도에서, 젖은 신발 자국을 밟았다.
순례에서 막 돌아온 유라 씨였다. 어깨에 아직 바깥의 물기가 남아 있었다. 오늘 바깥에는 비가 왔던 모양이다.
"유라 씨. 혹시 오는 길에, 작은 상자 하나 못 보셨어요?"
유라 씨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다만 시선이 잠깐 바닥으로 내려갔다.
"…바닥에, 작은 발자국. 아까랑 방향이 달라요."
그러고는 그뿐이었다.
"음."
유라 씨는 그 한 마디로 대화를 닫고, 자기 방향으로 걸어갔다. 필요한 것만 남기고 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필요한 것이, 대개 정확했다.
발자국. 방향이 바뀐 발자국.
나는 발자국을 성운서고에 띄웠다. *바닥의 작은 자국.* 크기와 보폭을 사람의 것과 나란히 두자, 선이 금세 어긋났다. 사람의 걸음이 아니었다 — 네 발로, 그것도 아주 가볍게 딛는 무언가.
대서고의 아침은 늘 은은한 빛으로 차 있었다. 높은 유리 천장이 낮과 밤의 경계를 지워, 이곳에서는 시간이 늘 한낮의 언저리에 머문다.
카운터 뒤편, 숙 님이 카탈로그 카드를 정렬하고 있었다. 나를 보고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손을 멈추는 것은 상대의 말에서 정말로 중요한 무언가를 찾았을 때뿐이라는 걸, 나는 안다.
"…흐음. 셰윌라 대원. 오늘은 나비를 좀 많이 잃으셨다지요."
벌써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은 늘 그렇다.
"별 모양 상자를 찾고 있어요. 노아 씨 몫이었는데, 아침 사이에 없어졌거든요."
숙 님은 뻣뻣한 카드 한 장을 카운터에 대고 톡, 톡 세워 모서리를 맞추며, 시선은 카운터 어딘가에 둔 채로 말했다.
"흐음. 그쪽 세 번째 서가 아래는, 오늘 유난히 조용한 방에 가깝습니다. 찾으시는 건 아마 그 근처에 있고요."
"…확인된 기록인가요, 아니면 추정인가요?"
"저는 사서라서요. 서고 안에서 자리를 옮기는 것들은 대개 제 동선 안에 있습니다. 어차피, 여기 있을 예정이니까요."
에두른 대답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 에두름을 옮길 줄 안다. — *보았다. 어디로 갔는지.*
세 번째 서가 아래. 그리고 네 발로 걷는, 가벼운 것.
나는 두 점을 손수 맞물렸다. 무엇이 어디로 갔는지, 그림이 하나로 모였다.
서가 사이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먼저 나를 맞았다.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노아 씨였다. 안경을 검지로 밀어 올리며, 서가 그늘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사람은 늘 없는 것 같다가, 거기 있다.
"상자를 찾고 있어요. 세 번째 서가 아래에 있을 것 같은데요."
"…상자라면. 그것은 확인된 기록입니까, 아니면 추정입니까."
나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나와 똑같은 것을 묻는 사람이 이 분과에 하나 더 있다는 건, 언제 들어도 조금 든든하다.
"방금까지는 추정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막, 확인으로 바뀔 참이거든요."
몸을 낮춰 세 번째 서가 아래를 들여다보았다.
먼지떨이 그림자 사이로, 별 모양 뚜껑이 희미하게 빛났다.
그 옆에는 회청색 고양이 한 마리가, 앞발로 상자를 톡, 톡, 굴리며 아주 진지하게 놀고 있었다.
*또르르.*
"…먼지 씨."
먼지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조금도 미안해 보이지 않는 얼굴이었다.
상자를 집어 드니 차가운 양철이 손바닥에 닿았다.
*딸깍.*
뚜껑이 열리고, 정원 허브의 마른 단내가 훅 풀려났다. 쿠키는 하나도 상하지 않았다.
고양이는 양철 뚜껑을 열지 못한다. 그저 굴리기 좋은 장난감을 하나 주웠을 뿐이었다.
"…범인은, 실패한 게 아니었네요."
나는 상자를 품에 안으며 중얼거렸다.
"그냥, 이걸 나보다 조금 더 좋아했을 뿐이고요."
뒤늦게 도착한 츄니티 씨가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수첩에 옮겨 적었다. 먼지는 자기가 헤드라인이 된 줄도 모르고 유유히 꼬리를 세우고 걸어갔다.
노아 씨에게 상자를 건넸다. 사흘 밤을 새운 사람의 눈 밑에는 옅은 그늘이 앉아 있었다.
"차라도 한 잔 하실래요? 이건, 그 옆에 두고 드세요."
노아 씨는 잠깐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별 모양 뚜껑을.
"…별일 아닌 것에, 꽤 오래 매달리셨군요."
"별일 아닌 걸 오래 들여다보는 게, 제 일이거든요."
노아 씨가 옅게 웃었다. 그 미소가 친절인지 거리인지는 여전히 알기 어려웠지만, 오늘은 조금 친절 쪽이었다.
그날 밤, 나는 수첩을 펼쳤다. 낮 내 손에 쥐여 다닌 표지가 아직 미지근했다.
*— 먼지 씨, 별 모양 상자를 세 번째 서가 아래로 굴려 둠. 쿠키는 무사.* *— 나비 두 마리 잃음. 다음엔 두 마리까지만.* *— 노아 씨, 상자를 받고 한 번 웃음.*
여기까지 적고, 펜을 멈췄다. 오늘 하루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습관처럼 비워 두었다. 그런 칸은 늘 남의 몫이 되지, 좀처럼 내 것이 되지 않는다.
수첩을 덮으려는데, 카운터 건너편에서 츄니티 씨가 자기 수첩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펜이 멈춘 곳에, 얼핏 세 글자가 보였다.
*셰윌라 —*
"…뭘 적으시는 거예요?"
"이건 홍보실 대외비인데요."
츄니티 씨는 수첩을 탁 덮으며, 아주 태연하게 웃었다.
"진짜 대외비라서, 말 못 해요."
나는 그 덮인 수첩을 바라보았다.
세어 두고 싶었지만, 그건 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