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0 / 10
증인
# 10화 — 증인
종착지는 패배하지 않았다.
아우스레인은 베이지 않는다. 닿을 수 없고, 정복할 수 없으며, 죽일 수 없다. 그것은 첫 번째 없음이었고, 없음은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물러갔다.
거두려는 손이 잡을 손잡이를 잃었을 때, 응시는 헛디뎠고, 헛디딘 응시는 멀어졌다. 그것은 다시 올 것이다. 더 또렷한 기록을 찾아, 더 먼 새벽에. 그러나 오늘, 성역은 지워지지 않았다. 한 사람도.
엑타르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성역은 천천히 제 모습을 되찾았다. 거두어졌던 별이 돌아오고, 옅어졌던 탑의 윤곽이 다시 또렷해졌다. 무너진 것은 없었으나, 모두가 한 가지를 새로 알았다. 숨는 것으로는 종착지를 피할 수 없으며, 맞서는 길은 베는 데 있지 않고 서로를 새기는 데 있다는 것을. 그것이 이 새벽이 남긴, 가장 비싼 교훈이었다.
며칠 뒤, 의식의 성소.
엑타르는 향로를 닦고 있었다. 유향나무 진액을 모으고, 밀랍으로 양초를 다듬고, 성찬을 위한 포도주를 걸렀다. 블라고 평원 일등급 포도. 수확 시기가 중요한 품종. 토양의 철분 함량이 달라 산도가 미묘하게 높은—
그는 거기서 멈췄다.
그 다음을 떠올릴 수 없었다. 발효 온도를 어떻게 한다고 했던가. 평생 손에 익은 일이었는데, 그 손끝의 기억마저 옅어져 있었다.
지움은 물러갔으나, 그가 이미 잃은 것을 돌려주지는 않았다. 살린 자의 이름에서 시작된 침식은, 멈추기 전까지 그의 가장 또렷한 기억들로 번졌다—얼굴에서 이름으로, 이름에서 손끝에 익은 일로. 되돌아온 값은, 무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백지가 된 것은 그가 잃은 것의 목록이었지, 그가 지켜낸 것의 목록이 아니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것조차 몰랐고, 그래서 가장 온전했다. 잊은 것은 그였고, 잊히지 않은 것은 그들이었다.
그는 자신이 누구를 위해 싸웠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싸웠다.
그것이 답이었다. 오래전 그가 멈춰 섰던 질문—지킬 이유를 잊은 채로도, 지킬 수 있는가. 답은 떠올리는 데 있지 않았다. 선택하는 데 있었다. 이유가 백지여도, 손은 그 백지 위에 매번 같은 선택을 새로 썼다. 지키겠다고. 그 선택 자체가, 잊어버린 이유를 대신했다.
문가에 기척이 있었다.
엘리시온이었다. 그는 노크를 하지 않았다. 다만 거기 서서, 엑타르가 일하는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우리는 새겼습니다."
엘리시온이 말했다.
"당신의 다섯을. 당신이 우리에게 건넨 만큼은. 한 사람이 칼을 갈 때 흥얼거리던, 음정이 어긋난 그 성가를. 또 한 사람이 웃을 때 한쪽으로 기울던 눈을. 당신은 더 이상 그들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지만, 우리가 그 조각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 밖에서."
엑타르는 향로 닦던 손을 멈췄다.
그 이름들은, 그의 안에서 아무것도 깨우지 못했다. 남의 이름을 듣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이름들이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것—그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안에—그 사실이, 백지 위에 처음으로 무게를 얹었다.
기억하는 자의 의무. 그는 평생 그것을 혼자 짊어졌다. 잊혀진 자들을 혼자 기억하는 것이 사는 이유라고 믿었다. 그러나 혼자 기억하는 자는, 그 자신이 지워지면 함께 지워졌다.
이제는 아니었다. 그가 잊으면, 다른 이가 기억했다. 그가 지워지려 하면, 다른 이가 새겼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기억을 혼자 짊어진 자가 아니었다. 잊는 것이 곧 지는 것이던 시절은 지났다. 한 사람이 비면 여럿이 채웠고, 한 기록이 거두어지면 여럿의 기록이 그 자리를 메웠다. 지움이 손잡이를 찾지 못한 것은 광장에서만이 아니었다. 이제 분과 전체가, 서로의 손잡이였다.
"……고맙습니다, 형제."
감사 역시, 그가 평생 해본 적 없는 말이었다. 그는 그것을 새로 배우는 중이었다.
엘리시온이 옅게 웃었다. 그리고 돌아서기 전에, 노래하듯 느린 호흡으로 남겼다.
"선한 사랑이 순환하기를……"
그날 저녁, 식당.
대원들이 엑타르가 빚은 포도주를 마셨다. 그것이 그가 만든 것임을 아무도 모르는 채로. 그는 늘 공로를 내세우지 않았고, 오늘도 그랬다. 다만 한쪽 구석에서, 그들이 자신이 빚은 것을 마시고 웃는 것을 보았다.
평범한 저녁이었다. 누구도 죽지 않았고, 누구도 자신이 지켜졌다는 것을 몰랐다. 엑타르가 평생 지키고 싶었던 것이, 바로 그런 저녁이었다.
그가 평생 베어온 것은 이단이었고, 막아온 것은 죽음이었다. 그러나 정작 지키고 싶었던 것은 늘 이런 사소한 것들이었다. 누군가 잔을 부딪치고, 누군가 시답잖은 농담에 웃고, 아무도 오늘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것을 모르는—그런 저녁. 그 평범함을 위해, 그는 끝까지 갔다 돌아왔다.
하인리티스가 그의 옆에 와 앉았다. 잔을 들지 않은 채, 건조한 눈으로 잠시 그를 보았다.
"……분과장, 이제 죽음으로 의무가 끝난다는 소리는 안 하더군."
엑타르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창밖을 보았다.
밤하늘에, 하얀 깃털 무리가 내리고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그 끝에서, 그 깃털은 산화한 자의 작별이었다. 살아남은 자들이 그것을 보고, 소멸한 동료의 안식을 빌었다.
이번엔 아무도 산화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 깃털은 작별이 아니었다.
증인이었다.
여기, 한 사람도 지워지지 않은 새벽이 있었음을. 도망치지도, 죽지도 않고 남은 자가 있었음을. 그것을 본 깃털들이, 잊지 않으려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종착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우스레인은 여전히 거기, 모든 기록의 바깥에서 다음 새벽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그들은 이제 그것을 어떻게 견디는지 알았고, 엑타르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도망칠 곳 없는 싸움에, 처음으로 함께 설 자들이 있었다.
엑타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을 집어 들지 않았다. 오늘은 들 이유가 없었으니까.
무릎을 꿇지도 않았다. 다만 깃털을 향해, 아주 낮게 읊조렸다. 출전의 다짐이 아니라, 처음으로—살아 있음의 인사로.
"……라이미라크를 위하여."
그리고 그 말이, 이번에는 끝이 아니라 시작처럼 들렸다.
도망치겠느냐, 묻던 물음에—그는 더 이상 죽음으로 답하지 않았다.
남되, 지워지지 않는 것으로 답했다.
《두 번째 순환의 팔라딘》 1부 ·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