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9 / 10
도망치지 않는다
# 9화 — 도망치지 않는다
무기고 볼트 XVI는, 한 자루의 무기를 위해 설계된 방이었다.
겹겹의 보호 술식 아래, 랜스 하나가 받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도즈는 이미 그 술식을 손수 걷어내고 있었다. 알람 마법을 하나씩 풀었다. 그가 기억하는 그날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손짓으로.
"아니마 리베라티스."
도즈가 말했다.
"라이미라크의 칙령과 의지가 담긴 힘. 위대한 임무를 헤쳐나갈 자와, 그 후계에게 주어진다."
후계. 엑타르는 그 단어 위에 잠시 머물렀다. 그는 이미 한 번 이 창의 사용자였다. 끝까지 갔던 자. 그리고 지금, 시작으로 돌아온 자기 자신의 후계로 다시 이 앞에 서 있었다.
"받으십시오, 녹턴 분과장. 이번엔… 의미가 있는 물건입니다. 카에룰루스 플람메와는, 다릅니다."
그가 기억하는 그 말과, 한 글자도 다르지 않았다.
엑타르는 손을 뻗었다.
그가 창을 쥐자, 아니마 리베라티스가 비명 같은 공명음을 냈다.
*끼이이이이이—!*
그리고 그를 다시 그 성벽 위에 세웠다.
하얀 날개의 천사. 절망한 병사들. 천사는 승리도 생존도 약속하지 않았다. 자신도 두렵노라 고백하고, 도망칠 권리를 선물처럼 쥐여주었다. 세쿤두스가 죽은 자의 이름 뒤에 숨으려 했던 자신을 고백했고, 동료들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천사가 물었다.
*"도망치겠느냐?"*
전에, 엑타르는 이 물음에 "아닙니다"라 답했다. 남겠다고. 죽음으로써 끝내겠다고. 그리고 그 답대로 산화했고, 세계는 그래도 지워졌다.
이번엔, 그는 천사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기억 공명 안에서, 처음으로.
"당신은, 잘못 물었습니다."
천사가 그를 보았다.
"도망치느냐, 남느냐. 그 둘이 답의 전부라고 가르치셨지요. 남는 자는 죽음으로 끝나고, 죽음은 의무를 끝낸다고. 저는 그대로 했습니다. 그리고 졌습니다."
엑타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남는 것은, 지워지는 것을 막지 못합니다. 산화는 곧 스스로 지워지는 일이니까요. 그것이 원하는 것을, 제 손으로 내주는 일이니까요."
천사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기다렸다.
"세 번째 답이 있습니다."
엑타르가 말했다.
"도망치지도, 죽지도 않고—지워지지 않는 것."
기억 공명이 걷혔다.
현실의 하늘은, 이미 절반이 없었다.
별이 거두어지고 있었다.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봉인의 탑 다섯 기가 모두 비명처럼 빛났고, 그중 둘은 이미 빛을 잃었다—탑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탑이 *있었다는 사실*이 옅어지고 있었다.
종착지가 성역에 닿고 있었다. 아우스레인. 첫 번째 없음. 닿을 수 없는 곳이 닿아 오고 있었다. 그것은 군대를 보내지 않았다. 괴물을 보내지 않았다. 그저, 응시했다. 그리고 응시당한 것은 가장 먼 기록부터 거두어졌다.
성역의 대원들이 광장에 모여 있었다. 그러나 모인 자들의 수가, 셀 때마다 줄었다. 한 사람이 사라지면, 그가 거기 있었다는 기억도 함께 사라져, 아무도 그의 부재를 슬퍼하지 못했다. 슬퍼할 대상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되었으니까.
부재의 무게가, 광장을 짓눌렀다.
엑타르는 그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가장 또렷한 이름을 가진 자로. 스스로 붉은 줄을 그어, 그것의 응시를 자신에게 끌어모은 자로.
그러자 소실이, 그를 향해 수렴했다.
응시가 살갗에 닿았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다만 *얇아지는* 감각이었다. 손끝부터였다. 산화 때처럼 빛으로 풀리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거기 없었던 것처럼 윤곽이 지워졌다. 그의 이름이 먼저 거두어졌다. 다섯의 얼굴은 진작 백지였다. 곁에 선 자들의 이름이 하나씩 흐려졌다. 그가 왜 여기 서 있는지, 그 이유가 옅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 자신의 이름까지.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떠올릴 수 없었다.
손에 쥔 창이 무엇인지도, 곁에 선 자들이 누구인지도. 다만 한 가지가 남았다. 떠올린 것이 아니라, 누군가 그의 이마에 새겨둔 것이.
*기억해 주십시오. 제가 잊더라도.*
그 부탁의 메아리가, 비어가는 그의 안에서 울렸다.
"분과장!"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그가 잊은 이름을, 다른 입이 기억하고 있었다.
엘리시온이었다. 그가 성가대 자리에서 노래하던 자. 그의 이마에 새김을 남긴 자.
"우리는 경험한 것만 새길 수 있습니다."
엘리시온이 노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새긴 것은—"
비체가 그 옆에 섰다. 하인리티스가 단검을 거꾸로 쥐고 섰다. 록커킴이, 돈친삼이, 시로냐가, 하세운이. 도즈가. 광장의 모든 대원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엑타르는 그제야 답의 형태를 보았다.
봉인의 탑은 성역을 *숨겨* 응시를 피하려 했다. 그러나 한 번 본 것은 다시 보기 쉬워, 숨김으로는 이길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정반대였다. 숨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 지워지지 않을 만큼 또렷이, 서로가 서로를 증언하는 것.
지움은 기록에서 거두어 간다. 가장 먼 기록부터, 단 하나의 기록까지. 그러나 한 사람을 모두가 동시에 새기면—그것을 거두려면 모두를 동시에 지워야 한다. 서로가 서로의 기록이 되면, 지움은 잡을 손잡이를 잃는다.
엑타르는 아니마 리베라티스를 들어 올렸다.
이 창의 본래 일은 하나였다. 공허에 삼켜진 영혼을 해방하는 것.
「 아니마 리베라티스 」
*콰르릉—!*
창날이 소실의 한복판을 갈랐다. 잡몹의 목을 끊던 그 가벼운 일격이 아니었다. 성유물이 닿는 순간 푸른빛이 거꾸로 역류하며 광장 전체로 충격파처럼 번졌다. 거두어지던 별들이, 이름들이, 사라지던 대원들이—그 파동에 떠밀리듯, 한꺼번에 풀려났다.
그러나 창은 대가를 청구했다. 위대한 임무를 마친 사용자는 산화한다. 빛의 가루로 풀려, 스스로 지워진다.
엑타르의 손끝이, 다시 빛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전의 그라면, 그 산화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죽음으로서 의무가 끝나리라. 그것이 답이라 믿었으니까.
"아닙니다."
엑타르가 말했다. 흐트러지던 손을, 도로 그러쥐며.
"이번엔, 도망치지 않는 것이 곧 죽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산화를 거부했다. 자기 자신을 내주는 것을. 그것이 그것에게 주는 마지막 한 끼라는 것을, 이제 알았으니까.
석판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잘못 읽었을 뿐이었다. 위대한 임무는 선봉이라 했고, 가장 먼저 어둠을 걷는 자라 했고—그리고 잃어버린 것을 찾는 단결이라 했다. 단결. 그는 평생 그 한 단어를 빼고 읽었다. 선봉은 혼자 맨 앞에 서는 일이라 여겼고, 종결은 혼자 짊어지고 죽는 일이라 믿었다. 그러나 석판은 한 번도 혼자라 적지 않았다. 산화가 의무의 종결이라면, 그 종결을 반드시 한 사람의 소멸로 치러야 할 이유도 없었다. 잃어버린 것을 찾는 일은, 애초에 여럿이 단결하여 하는 일이라 적혀 있었으니까.
대신, 광장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 낙인 」
엘리시온의 낙인이 그를 새겼다. 비체가, 하인리티스가, 모든 대원이 그가 거기 있음을 증언했다. 그가 잊은 자기 이름을, 수백의 입이 대신 기억했다. 그가 왜 걷는지를, 그가 잊은 그 이유를, 그를 본 모든 자가 붙들었다.
성벽 위의 그날처럼. *아닙니다.* 도망치고 싶었던 자가 가장 먼저 남기로 했을 때 번져나간, 그 대답처럼.
산화하던 빛이, 멈췄다.
흩어지던 가루가, 도로 모였다. 지워지던 한 사람이, 모두의 기록 안에서 다시 또렷해졌다. 영혼은 해방되었으되, 그 자신은 남았다.
종착지의 응시가, 처음으로 헛디뎠다. 거두려는 손이 잡을 손잡이를 찾지 못했다. 모두가 모두를 새긴 자리에는, 먼 기록도 가까운 기록도 없었다. 거둘 끝이 없었다.
옅어지던 하늘이, 멈췄다. 거두어지던 별이, 한 점, 또 한 점, 도로 켜졌다.
부재의 무게가, 물러갔다.
광장에 침묵이 내렸다.
엑타르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빛으로 풀리지 않은 손. 굳은살이 박인, 살아 있는 손.
"……제 이름이."
그가 낮게 말했다. 평탄하던 목소리에, 드물게 균열이 있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엘리시온이 그를 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무너짐이 아니라 선물로—그의 이름을 불렀다.
"우리가 압니다, 엑타르."
엑타르.
그 이름이, 그의 밖에서 그에게로 돌아왔다. 그가 잃은 것을, 다른 이들이 새겨 지니고 있었다.
도즈가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값은 누가 치르느냐고, 물었었지요."
총대장이 말했다.
"당신은 혼자 치르려 했습니다. 늘 그랬듯이. 그런데 이번엔, 우리가 나눠 졌습니다."
엑타르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할 말을, 그는 아직 새로 배우는 중이었다.
하늘의 별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다섯의 얼굴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