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6 / 10
응시
# 6화 — 응시
자기 이름에 붉은 줄을 그은 그날 밤, 성역의 다섯 탑이 동시에 빛을 냈다.
봉인의 탑이었다. 엑타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으로.
성역을 감싼 다섯 개의 방벽이었다. 성역이 선 이래, 그것들은 단 한 번도 흐트러진 적이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그 탑들의 유일한 임무였으니까.
그 임무가, 처음으로 어긋나 있었다.
경계의 탑, 제2탑의 결계실. 록커킴이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룬 결정체를 짚고 있었다. 결계실 한가운데에는 시로냐가, 상위 결계의 코어를 떠받친 채 서 있었다—방벽 전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한 걸음 떨어진 곳에, 레퀴엠의 돈친삼이 허리를 낮춘 채 서 있었다. 본인도 왜 그러는지 모르는 자세로.
록커킴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단문, 사실, 해석 없음.
"인식 룬이 중계 룬보다 한 호흡 길다. 전례 없다."
그는 사물의 기억을 손으로 읽는 자였다. 결정체가 겪은 모든 순간이 그의 손바닥에 새겨졌다. 그런 그가 비교할 과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은, 이 어긋남이 성역의 역사 어디에도 없던 것이라는 뜻이었다.
시로냐의 회백색 눈이, 방벽의 구조를 훑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균형의 결이 그 위에 겹쳐졌다. 그리고 한 곳—무게 중심이, 미세하게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
"역류입니다."
시로냐가 말했다.
"방벽은 멀쩡합니다. 부서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균형이, 자꾸 한쪽으로 쏠립니다. 누가 바깥에서 손을 짚고, 기대고 있는 것처럼."
돈친삼이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공기가 달라요. 가장 안정돼야 할 곳인데. 몸이 먼저 알아요. 뭔가… 우리 쪽을 보고 있다고."
엑타르는 문턱에서, 세 감각이 한 결론으로 수렴하는 것을 들었다.
"바깥에서, 누군가 이 방벽이 거기 있다는 걸 알고 있군요. 부수려는 게 아니라. 그저, 지속적으로 인식하면서."
그제야 엑타르는, 이 탑들이 무엇을 막아 왔는지 알았다. 부서지는 것이 아니었다. 성역이 거기 있다는 것을 바깥의 무언가가 *아는* 것—그 인식 자체가, 다섯 탑이 평생 막아 온 위협이었다.
노아가, 베리타스의 서고에서 전각기록을 조회해 왔다. 서고의 사서는 존재하지 않는 기록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러나 존재하는 기록의 첫 줄은 정확히 짚는다.
"전례 없는 어긋남이 처음 관측된 것은 — 성회력 열하루, 새벽입니다."
엑타르의 숨이, 한 박 늦게 돌아왔다.
그가 눈을 뜬 그 새벽이었다. 그가 되돌아온,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엑타르는 오래 서 있었다.
봉인의 탑이 감지하는 외부의 인식. 이름을 쓰는 손. 비켜난 죽음이 찾아가는 다음 이름. 그가 잃어가는 기억. 전부, 하나였다.
세계를 지우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세계를 들여다본다. 그것의 응시는 곧 소실이다. 응시당한 것은 이름부터, 가장 먼 기록부터 지워진다. 그가 산화의 끝에서 본 그것. 그를 따라 시작까지 온 그것. 다섯의 얼굴을 거둬간 그것이, 이제 성역 전체를 응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가 죽음을 고쳐 쓸 때마다, 지나온 자리에 남은 손자국이 그 응시를 성역으로 인도했다.
록커킴의 맨손이 결정체에서 떨어졌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처음으로, 그 단문에 다른 것이 섞였다. 두려움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
"이건… 우리를 보고 있는 게 아니야."
그의 눈이 엑타르에게 닿았다.
"당신을 보고 있어, 녹턴 분과장."
그날 밤늦게, 총대장이 결계실로 내려왔다.
도즈는 인식 룬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진실과 기억을 감별하는 자의 눈으로. 그리고 엑타르를 보았다.
"당신이, 명단을 바꿨군요."
"예, 형제."
"명단이 바뀌니, 탑이 웁니다."
도즈가 낮게 말했다.
"둘이 무관하다고, 당신은 말할 수 있습니까."
엑타르는 말할 수 없었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살리면 부릅니다."
엑타르가 마침내 말했다.
"한 사람을 살릴 때마다, 그것이 성역을 한 뼘 더 또렷이 봅니다. 살리는 것이 곧 부르는 것이라면—"
그는 거기서 멈췄다.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방금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떠올릴 수 없었다. 살리는 것이 곧 부르는 것이라면, 그래서 어떻게 한다고 했던가. 무엇을 위해 살린다고 했던가.
그가 왜 이 일을 시작했던가.
전우들이었다. 잊혀진 다섯. 그들을 다시는 혼자 죽게 두지 않겠다고. 그러나 다섯의 얼굴은 이미 백지였고, 이제 그 백지가 번지고 있었다—얼굴에서, 이름에서, *이유*로.
기억을 지키려는 자가 기억을 잃는다. 그것이 그의 오랜 병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흐려지는 것은 기억이 아니었다. *왜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물음 자체였다.
지킬 이유를 잊은 채로도, 지킬 수 있는가.
엑타르는 그 질문 앞에 처음으로 멈춰 섰다. 답이 없었다. 답이 있던 자리마저, 지워지고 있었으니까.
"녹턴 분과장."
도즈가 그를 보았다. 무게를 다는 자의 눈에, 드물게 다른 것이 스쳤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이름을 기억합니까."
엑타르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한 호흡, 늦었다.
기억했다. 아직은. 그러나 그 한 호흡의 늦음이, 다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엑타르가 성소로 돌아왔을 때, 엘리시온이 기다리고 있었다.
성가대 자리가 아니었다. 그는 문가에 서서, 엑타르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있었다.
"우리는 보았습니다, 분과장."
엘리시온이 말했다.
"당신의 안에서 무언가가 지워지는 것을. 그것은 우리가 새기는 것과, 정반대 방향으로 흐릅니다."
"……."
"우리는 경험한 것만 새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긴 것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엘리시온이 한 걸음 다가섰다. 노래하듯 느린 호흡으로,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조용히 내려앉으며.
"당신이 잃어가는 것을, 우리에게 새기십시오. 당신의 다섯을. 당신이 왜 걷는지를. 우리가 그것을 경험하면, 우리가 그것을 새기면—그것은 당신 밖에도 남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지워져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엑타르는 그 제안의 무게를 알았다.
"형제는 제 고통을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미 많은 죽음을 경험했습니다."
엘리시온이 조용히 말했다.
"하나가 더 늘어도, 우리는 우리입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아주 잠깐, '나'로 무너질 뻔했다.
"우리가 선한 것들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엑타르는 오래 그를 보았다.
벨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카에룰루스 플람메로도, 아니마 리베라티스로도. 지움은 베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성소에서 그것을 잠깐 멈춰 세운 것이 있었다. 칼이 아니라, 새김이었다.
그가 평생 의지한 것은 칼이었다. 결과를 내는 것은 늘 일격이었다. 그러나 일격으로는 지움을 막지 못한다는 것을, 그는 두 번을 살고서야 배웠다.
어쩌면, 답은 베는 데 있지 않았다.
엑타르는 무릎을 꿇지 않았다. 다만 창을 내려놓았다. 처음으로, 빈손으로 누군가의 앞에 섰다.
"……기억해 주십시오, 형제."
그가 낮게 말했다. 부탁은, 그가 평생 해본 적 없는 말이었다.
"제가 잊더라도. 제가, 왜 걷는지를 잊더라도."
엘리시온이 손을 들어, 그의 이마—라이미라크의 심볼이 새겨진 자리에 손끝을 댔다.
그리고 노래하기 시작했다. 새기는 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