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8 / 10
부족한 채로
# 8화 — 부족한 채로
볼트 XVI로 가는 길은,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
무기고의 특별 볼트는 성역의 높은 곳, 가장 가까운 하늘 아래 지어져 있었다. 한 자루의 창을 위해 격리된 방. 엑타르는 그 나선 계단을 올랐다. 한 걸음마다, 창밖의 하늘이 한 뼘씩 옅어지고 있었다. 별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거두어지는 중이었다.
종착지가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답은, 아직 한 사람 몫이었다.
성소에서 그는 깨달았다. 지움은 새김으로 멈춘다고. 그러나 엘리시온의 낙인이 그 손을 멈춰 세운 것은, 잠깐뿐이었다. 한 사람의 새김으로는 그 잠깐이 전부였다. 성역의 하늘 절반을 거두어 가는 것을 멈추려면, 그 새김이 얼마나 커야 하는가. 그는 알지 못했다. 시간이 없었다. 종착지는, 그의 준비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답은 옳았다. 다만, 자라지 않았을 뿐이었다.
옳은 답을 들고도 질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이미 한 번 배웠다. 그는 전에도 옳았다. 끝까지 옳았고, 그래서 산화했고—그래도 세계는 지워졌다. 옳음은 충분하지 않았다. 충분한 것은 늘, 제때 자란 것뿐이었다.
그때, 그의 손바닥이 다시 뜨거워졌다.
격리실은 저 아래, 빛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는 그 문을 등 뒤로 닫고 올라왔다. 그런데 열이, 계단을 따라 그를 좇아 올라와 있었다. 평생 창을 쥐어 굳은살이 박인 그 자리가, 다시 그 안의 것을 기억해 내고 있었다.
이번에는, 힘을 내밀지 않았다.
이번에 그것이 내미는 것은, 준비였다.
자라지 않은 답을 들고 종착지 앞에 서는 두려움을, 그것은 알았다. 그래서 그 두려움의 정확한 모양으로, 그것은 속삭이지 않고—보여주었다. 다 자란 답을. 성역 전체를 단숨에 덮는 새김을. 잠깐이 아니라, 영원으로 굳는 한 수를. 능선에서 식어버린 손이 처음부터 식지 않았을 미래를. 다섯의 얼굴이, 백지에서 도로 떠오르는 광경을.
혼자서도 충분한 힘을. 지금, 준비된 채로.
그것은 거짓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것이 가장 무서운 점이었다. 능선에서 식어버린 그 손이 다시 따뜻해지는 것을, 그는 보았다. 이름을 잃은 다섯의 얼굴이 백지에서 윤곽을 되찾는 것을, 음정이 어긋난 그 성가를 다시 누군가의 목소리로 듣는 것을 보았다. 전부, 그가 평생 단 한 번도 손에 쥐어 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단 한 매듭 너머에 있었다.
그것이 그에게 건네는 말은, 평생 그가 스스로에게 해온 말과 똑같았다.
혼자서는 부족하다. 그러니 더 큰 것이 되어라.
엑타르는 계단 한가운데에 멈춰 섰다.
그는 그것이 보여주는 것을 오래 보았다. 다섯의 얼굴이 도로 떠오르는, 그 광경을. 평생 되찾으려 했던 것이, 손 닿는 곳에 있었다. 한 매듭만 풀면. 다시, 한 매듭만 풀면.
손바닥의 열이, 그 매듭의 결을 그려 보였다.
엑타르의 발이, 한 계단 아래로 향했다. 올라가던 길에서 한 걸음이 거꾸로 돌아섰다. 격리실로 내려가는 방향이었다. 그의 몸은 이미, 매듭을 푸는 손의 각도를 기억하고 있었다—한 번도 풀어 본 적 없는데도. 그만큼 오래, 그것은 그를 기다려 온 것이었다.
"……당신은."
엑타르가 낮게 말했다. 아래의 어둠을 향해. 그를 좇아 올라온 그 열을 향해.
"한 가지를, 틀리게 보여주는군요."
그는 손을 펴지 않았다. 쥐지도 않았다. 다만 그 열을, 그대로 두었다.
"혼자서는 부족하다. 맞습니다. 제 답은 자라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 몫입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한 음 단단해졌다.
"그러나 자라지 않은 답을 혼자 다 키우려는 것이—제가 평생 해온 실수였습니다. 값은 늘 제가 치른다 했지요. 혼자 선봉에 서고, 혼자 어둠을 걷고, 혼자 죽음으로 끝낸다고. 그래서 졌습니다. 혼자 다 키운 답으로, 저는 한 번 세계를 잃었습니다."
거절에는 값이 있었다. 이 계단을 끝까지 빈손으로 오르는 것. 자라지 않은 답 하나만 들고, 못 이길지도 모르는 것 앞에 서는 것. 그 힘이 있었다면 능선의 손은 식지 않았을 테고, 다섯은 돌아왔을 것이다.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그 모든 죽음을 한 번 더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그는 받아들였다.
엑타르는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새김은 잠깐 멈출 뿐이다. 그러나 엘리시온이 있었다. 비체가, 하인리티스가, 그가 오늘 이름을 잊어가며 살려낸 모든 자가 있었다. 그 잠깐이 여럿이면, 멈춤은 끊기지 않는다. 그가 미처 키우지 못한 답을 키울 사람이, 그 하나만은 아니었다.
그것을, 그는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다만, 믿기로 했다. 준비된 채 혼자가 되느니, 부족한 채 여럿으로 남기로.
"준비는, 당신에게 빌리지 않겠습니다."
엑타르가 말했다.
"부족한 채로 가겠습니다. 부족한 것은—나눌 수 있으니까요."
손바닥의 열이, 천천히 식었다. 그 안의 것은, 이번에는 만족스럽게 뒤척이지 않았다. 다만 조용해졌다. 다음 절망은 더 깊어야 하리라는 것을, 그것도 알았으니까.
엑타르는 마지막 계단을 올랐다.
무기고 볼트 XVI의 문 앞에, 도즈가 서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모든 것의 끝에서 그에게 창을 건넸던 자리였다. 너무 일찍 당겨진 그날. 엑타르는 그 문을 보았다. 그 너머에, 그를 산화로 데려갈 창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엔, 그 창을 혼자 쥐지 않을 것이다.
그가 문을 향해 걸었다.